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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LESS 정우성

정우성의 눈빛에는 반항이 깃들어 있고, 그 눈빛과 함께 ‘씩’ 짓는 웃음에는 서글픔이 묻어 있다.  청춘을 보내고 있거나 보냈던 이들이 느낄 법한 허망함과 애절함이 공존하는 정우성에게 ‘지금 이 순간’ 남자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 물었다.


 

 

캐멀 컬러 피크트 라펠 슈트와 크림색 터틀넥 풀오버 모두 니나리치. 트리니티 링 1백90만원 까르띠에. 

 

 

커버드 버튼 재킷과 원 턱 팬츠의 그레이 슈트 니나리치. 러브 링 4백만원대 까르띠에. 

 

 

프렌치 커프스 화이트 셔츠와 원 턱 팬츠, 블랙 타이 모두 니나리치. 

 

 

블랙 터틀넥 니트와 블랙 팬츠 모두 니나리치. 탱크 앙글레즈 핑크 골드 라지 워치 4천만원대 까르띠에.

 

 

네이비 블루 노치드 라펠 슈트와 저지 티셔츠 모두 니나리치. 


먼저, 만나서 반갑다. 모델이자 감독으로 XTM 채널 캠페인 작업을 했다. 배우로서의 작업과 감독으로서 직접 현장과 작업 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느낌이 꽤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감독 쪽이 좀 더 재밌다. 전반적인 아트워크와 콘티(촬영 대본), 음악까지 전부 관여한다. 물론 장편영화가 아니라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했다. 연기만 할 때는 주어진 상상 속 역할을 실존하는 인물인 양 집중하는 반면, 감독할 때는 머릿속 가상 공간과 이미지를 모든 스태프의 기술과 능력으로 실물화한다. 촬영이 몽타주의 조각들이라면, 그것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편집하면서 이야기와 실체를 만든다. 그 재미가 남다르고 짜릿하다.

 

XTM이 얘기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남자’처럼 당신은 남자들에게 일종의 ‘아이콘’이다.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의식하고 있나?

경력이 쌓이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도 많아진다. 하지만 스스로 바라볼 때는 한 개인이자 남자이지 않나. 주변에서 바라보는 나를 크게 의식하진 못한다. 좀 더 멋진 남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나 욕심을 충족시켜나가면서도 나이 먹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나이 먹는다’는 것,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좀 더 잘 나이 드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1995)에 이은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로 ‘청춘’과 ‘반항’의 상징이 됐다. 그때로부터 10년 넘게 지난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청춘’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청춘이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반항으로 보일 법한 어떤 사람의 유별난 몸부림이다. 혹은 ‘나’라는 사람을 얘기하고 알리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안에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지 막막하지 않나. 사회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과 불만을 먼저 깨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몸부림의 표현이 있었다. (청춘일 때는) 나를 얘기하는 법을 잘 모른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표현 방식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은 예를 들어가며 살고 있지만, 그때는 ‘나는 이런데 왜 당신들은 몰라?’라면서 직설적으로 들이댔다. 당신들이 규정짓는 정우성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면도 저런 면도 있다는 것을 능숙한 화법으로 얘기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 나이다운 표현법과 방황이 있었다. 밖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방황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찾는 방법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필요한 방황. 그런 방황을 참 거칠게, 오래 했다.

 

당신도 ‘청춘’이 지나고 있다, 혹은 지났다고 깨달은 순간이 있었나.

지금도 청춘인 것 같다. 마냥 이렇다면 철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궁금한 게 많고 늘 새롭다. 남자들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과 똑같지 않나? 예전에 좋은 말을 타고 좀 더 멀리 가서 욕구를 채우는 수단이 자동차로 바뀐 것이다. 남자는 나이가 많아지면 마치 돈이 많아지는 아이 같다. 자기에게 베풀 수 있고, 원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물질적인 여유가 생기는 아이가 된다. 성인 남자는 절제가 필요한 돈 있는 아이라고 늘 생각한다.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 절제하지 못하면. (웃음)

 

어떤 친구가 당신에게 ‘인생의 친구’인지 궁금하고, 그 이유도 듣고 싶다.

대표적으로 여러분이 잘 아는 이정재 씨(그는 실제로 이정재 ‘씨’라고 불렀다)가 그런 친구겠지. 며칠 전 어려운 일도 겪었는데, 존중할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와는 <태양은 없다> 촬영하면서 만났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자꾸 라이벌로 부추겨서 재밌는 일을 만들려는 분위기였다. 그런 것과 전혀 상관없이 우리는 거리낌 없이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렇지만 각자 쌓아온 경력을 존중하니까 금방 말을 낮추거나 편하게 대하진 않았다. 지금도 아주 반말을 던지거나 편하게 대하진 않는다. 서로 ‘뭐 해요?’라는 식의 존댓말이 굉장히 편하다. 일에 대한 고민도 얘기할 수 있고, 사적인 생활에서도 나를 긴장시키는 친구다. 참 소중한 친구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필모그래피가 꽤 많이 쌓였다(지난 세월이 있으니 당연할 것이다!). 배우 정우성이 항상 마음에 품은 일종의 ‘연기론’이 있다면?

아직도 찾아가고 있다. 솔직히 이제 조금 연기에 대해 알 것 같다. ‘그럼 거의 20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뻔뻔스럽게 ‘내 스타일의 연기야!’ 한 적도 있다. 나이 먹은 만큼 연기에 대한 생각도, 기술적인 면에서도 좀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배우이자 ‘스타’로 살아온 지난 세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칸 영화제에 갔을 때다. 이건 여러분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얘기고, 항상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인상 깊고 행복하다. 지금껏 중국에서 많이 촬영했다. 사람들은 ‘힘들 텐데 오지에서 어떻게 버티느냐’고 한다. 하지만 현장이니까 힘들지 않다. 스태프들이 있고, 거기서 분할 수 있는 배역이 있으니까. 오히려 문득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벌판에서 가만히 사색을 즐기던 때가 그립다. 촬영장에서는 연기할 때 에너지를 쏟기도 하지만, 대기하는 짧은 시간에도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다. 그때의 경험이 내 안에 깊이 남아 있다. 

 

 

영화 <비트>를 보고 배우를 꿈꿨거나 자신의 롤모델이었다고 말하는 배우가 많다. 2012년 ‘청춘 스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는 편인가?

조언보다는 같이 작업할 때, 현장에서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가 크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을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연기한) 최시원 씨, 김범 씨, 한지민 씨, 손예진 씨가 해준 얘기가 있다. ‘현장에서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을 크게 배웠다’는…. 굉장히 기뻤다. 그런 걸 느끼고 다시 내게 되돌려주어 감사했다. 내가 현장에서 온전히 잘 보내고 있구나, 이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선배구나 (했다). 사실 현장에서는 동료이지 않나. 나도 그들과 작업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다. 같이 작업할 때 서로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당신 같은 배우도,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나? 인간관계가 좁아져서 불편한 것도 있지 않나?

물론 한정되어 있다. 좁을 수밖에 없다. 대중에게 드러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익명성이 없다. 상대가 나에 대해 알고,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다가온다는 것은 그 선입견을 깨면서 다시 기본을 깔고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것과 똑같다. 선입견 없이 처음 만나는 것과는 아무래도 다르다. 많이 불편하긴 하지만 지금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남들 눈치 보기에는 너무 늦었다. (웃음) 될 수 있으면 기회 생기는 대로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마흔을 목전에 둔 당신은 배역을 선택하는 데 좀 더 자유로울 듯하다. 지금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고 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다 들어가야 하는 굉장히 수준 높은 장르다. 여태 못 했는데, 딱 지금 나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달라고 많이 얘기해놨다.

 

당신의 패션을 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무척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정우성이 관심 두는 패션은 어떤 것인가?

예전에는 편하고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또렷한 옷을 좋아했다. 요즘은 나이 드신 분들을 만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슈트 쪽에 관심이 좀 더 가고, 입을 일도 많아진다. 어릴 적에는 청춘이 멋이라고,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나이 먹을수록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패션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누군가와 대화할 때,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그가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 품격이 느껴지지 않나. 옷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어떤 자리든 상관없이 젊으니까 ‘내가 입는 게 내 패션인 거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자리도 염두에 둘 줄 알면서 패션의 힘으로 좀 더 무게감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보는 책이나 잡지가 있다면? 최근 즐겨 듣는 음악도 궁금하다.

잡지 <모노클(Monocle)>은 계속 보게 된다. 사진집과 회화책도 많이 본다. 최근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집을 봤다. 거기서 인상 깊게 본 이미지들을 XTM 작업하면서 많이 활용했다. 영상을 구사하는 데 그런 책들이 큰 도움이 된다. 음악은 오히려 잡식이다. 어릴 적에는 한 곡에 꽂히면 열흘씩 들었는데, 지금은 계속 다른 것을 들어보려고 한다.

 

만일 다른 상황, 다른 세계, 다른 직업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 되고 싶나?

(오래 생각하다가) 건축가나 가구 만드는 사람. 화가나 음악가도 멋질 것 같다. 상상 속 이미지를 어떤 수단으로 표현해내는 작업들. 솔직히 글 쓰는 것도 생각을 정리해서 형상화하는 작업이지 않나. 이런 상상에서 연관되는 공통점은 뭔가 창작하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혼자 생각하다 보면 종종 ‘정말 외롭다’거나 ‘그래도 정말 행복하지’ 하는 때가 있다. 지금 정우성은 어떨 때 외롭고 또 행복한가?

행복은 스스로 자주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찾아온다. ‘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불현듯 느낄 때가 많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더 자주 찾아오더라. 아니, 찾아온다기보다는 선택해서 잡는 행위였다. 어릴 적에는 즐거우면 마냥 즐거울 뿐이었다. 그 후로 풍파를 자주 겪어서 그런지 감사하다는 마음을 통해서 진짜로 행복을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로움이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가끔 늦은 시간에 동네를 걷거나, 한적한 일요일 청담동 골목에 혼자 있을 때 살짝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짜릿하다. 외로움이란 굉장히 유혹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 빠져들면 위험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야지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외로움은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다. 창작의 산물도 혼자 있어야 나온다고 하지 않나.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맨정신에 집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으니까 오히려 그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낀다. 그러면서 짜릿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발견할 때, 외로움이 결국 행복의 입구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이미 짜놓은 계획과 달리 마흔을 목전에 둔 당신은 요즘 어떤 ‘꿈’을 꾸고 있나?

꿈이 엄청 많다.(웃음)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단 하루도 헛되게 살지 않으면 그 하루가 좀 더 풍요롭지 않을까.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에서 절대적으로 공감한 부분이 ‘지금 이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전력을 기울이면, 그 순간이 어떤 커다란 형상을 만들고 관계도 돈독해질 것이다. 요즘은 친구들을 만나도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주고받느라 바쁘지 않나. 오랜만에 만나도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이게 우선시되니까. 어떻게 보면 그들 나름의 최선일지도 모르지만, 눈앞의 지금 이 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자고 생각한다. 

 

*

정우성과의 독대(獨對)는 한 시간 남짓 만에 끝났다.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그전에 인식하지 못한, 꽤 멋지게 나이 드는 남자의 모습을 봤다. 진중한 표정과 웃음이 꽤 오래 뇌리에 남을 것 같다. 

 

 

 

인터뷰 홍석우(컨트리뷰팅 라이터) 

스타일 디렉터 Joseph 포토그래퍼 목나정

 

헤어 임해경 메이크업 전미연 문의 까르띠에 1566-7277, 니나리치 02-2076-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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