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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 THE LADY

조윤희는 늘 거기 있었는데 이제야 그녀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엷은 미소를 띄며 담담한 말투로 ‘배우’와 ‘여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와 마주하고 있자니, 비로소 조윤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드 코트와 화이트 풀오버, 스키니 레더 팬츠 모두 드민. 옥스퍼드 펌프스 지니 킴.


 

블랙 앤 화이트 컬러의 클래식한 풀오버와 맥시 롱스커트 모두 드민, 금속 장식이 돋보이는 펌프스 왓아이원트.

 

 

구조적인 실루엣이 부드러운 볼륨감을 선사하는 미니 드레스 드민. 서클 펜던트 네크리스와 볼드한 링 모두 ck 주얼리

 

 

대조적인 소재를 믹스한 하이웨이스트 점프 슈트 드민.이어링과 볼드한 링은 ck 주얼리.

 

얼마 전 드라마가 끝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조금 바쁘게 지내고 있다(웃음). 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방금도 광고 촬영이 있어서 끝나자마자 급히 왔다. \

 

가까이서 보니까 전혀 30대 같지 않다. 여배우 치고 관리에 힘을 쏟는 편은 아니다. 평소 힐도 잘 안 신고, 화장도 안 한다. 일할 때는 화장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그 외 시간에는 가능하면 얼굴에 아무것도 안 바르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향하는 편이다.

 

평소 조윤희는 ‘있는 그대로’를 추구하는 사람인가. 그렇다. 보이는 대로, (조윤희는 촬영이 끝나자 마자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이런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이 좋다. 이런 모습이 가장 ‘나’다운 것 같다.

 

우아하면서 모던한 드민 의상과 당신이 가진 중성적인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신비로운 여인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오늘 촬영한 화보 콘셉트, 의상, 포즈까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예전에는 다들 내게 밝고, 귀여운 콘셉트를 요구했다. 그런 콘셉트도 재미있지만 나는 나를 담백하게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를 좋아한다. 화려한 것보다 딱 오늘같은 분위기. 김현성 실장님과 오랜만에 작업하니까 편했다.

 

오늘 입은 그레이, 블랙 컬러들을 좀 더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블랙은 굳이 안 꾸며도 예쁜 색이라고 생각한다. 군더더기가 많으면 오히려 촌스러워질 것 같다. 블랙은 블랙만으로도 멋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짧은 헤어스타일이 정말 인기였다. <넝쿨당> 하기 전에 긴 머리를 자를 생각은 안 했나. 전혀. 커트 머리 가발을 쓰고 화보를 찍은 적이 있다. 드라마의 이미지 변신 때문에 자른 것뿐이다. 단지 내가 예뻐 보이기 위해 자르진 않았을 거다. 반응이 이토록 좋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자라면 긴 생머리여야 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런 건 아니다. 워낙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편이다. 여성스러운 걸 원했다면 웨이브 파마도 하고, 염색도 했을 텐데 아무것도 안 했다. 줄곧 기르기만 했으니까(웃음).

 

실제로 보니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다. 이런 눈을 가진 배우가 악한 연기를 하면 두 배로 섬뜩하다. 두 가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화장을 안 하면 선해 보인다. 그렇지만 내 안에 강한 이미지도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연 많은 여자가 되어 치열하게 복수하는 악역은 어떤가. <황금물고기>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한 번 해봤다. 다음에 한다면 아주아주 차가운 여자,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유기견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알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웠다. 내 인생 첫 반려견이었고, 그 아이 덕분에 ‘아, 나도 따뜻한 면이 있구나!’ 하고 깨달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였다. 2010년 처음으로 기르던 강아지를 떠나보냈다. 그 아이를 보낸 후의 슬픔은 지금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어서 감정 컨트롤이 힘들었다. 평소엔 마음으로만 ‘유기견들 불쌍해’라고 생각했는데, 강아지가 죽고 난 후 자연스럽게 유기견 봉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시추, 페키니즈, 코커스패니얼, 몰티즈 등 여섯 마리를 기르고, 임시 보호도 하고 있다.

 

동물 사랑 말고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봉사를 떠난다고 들었다. 다음 주에 팔레스타인으로 떠난다. 배우는 게 많을 것 같다. 지속적으로 봉사를 할지, 일회성으로 끝날지 잘 모르는 거라 단언할 순 없지만 결과적으론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팔레스타인은 선뜻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방송 관계상 여러 사람이 떠나는 거니까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있는 곳은 늘 안전할 거라고 믿는다(웃음). 너무 긍정적인 건가.

 

작품 할 때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편인가? 아니다. 일할 때는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한다. ‘왜 이렇게 잘 못하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면서 안 좋은 생각에 많이 사로잡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활동했다. 아마 더 적극적이고, 더 겁이 없었다면 좋은 작품을 많이, 그리고 일찍 만나지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을 테고. 현장에서 늘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일 년에 한 작품씩 했지만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었다. 물론 <황금물고기>가 시청률도 잘 나왔고 비중이 작은 역할은 아니었지만 잘 해내진 못한 것 같다. <넝쿨당>은 처음으로 나와 잘 맞는 역할이었고, 덕분에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내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10년 넘게 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나.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부족한 것투성이야’란 생각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니까 포기를 안 한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면 창피하니까. 한 번쯤 칭찬 받아보고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를 느끼면 그 재미에 중독돼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 열 번을 잘 못해도 한 번 잘하면 스스로 만족하는 그 쾌감이 굉장히 크다. 한두 번 잘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서 더 잘하려고 의욕이 넘치는데, 또 못 하면 ‘난 역시 안 돼’라고 좌절하고. 그러다 잘하면 다시 일어나고. 

 

 

“이십 대 때의 난 어린아이같았다. 그래서 서른 살은 먼 미래라고 생각했다.

스물 아홉인가, 문득 거울을 보니 스스로 낯설 만큼 얼굴이 달라졌다.

주변에서도 서른쯤 되니 ‘여자’같다고 하더라. 많이 달라진 건 없지만,

‘나’다운 게 뭔지 알아가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당신을 힘들 게 만들었나.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연기를 해야 하는 것! 그게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잘한다. 나는 주변을 많이 의식해서 몰입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의식을 하니까 당연히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하다 보니 익숙해지긴 하더라.

 

어느 책에서 읽었다. 적어도 15년은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는다’고. 맞아, 맞아(웃음). 심지어 예전에 별명이 ‘가마솥’이었다. 처음 신인 때 “이상하다. 잘될 줄 알았는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선배가 “너는 가마솥처럼 늦게 끓지만 아마 오래 갈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땐 어려서 안 믿었지. 어쨌든 10년 넘게 묵묵히 해왔고, 이제야 조금 인정받기 시작했으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왠지 술도 가마솥처럼 마실 것 같다. 묵묵히. 하하! 주량은 잘 모르겠다. 소주 반 병 정도는 마시는 것 같은데, 술맛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즐기지 못 하겠다.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술자리를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런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궁금하다. 남자 문제에 있어서는 냉정한 것 같다. 보통 여자들은 헤어지면 밥도 안 먹고, 펑펑 울기도 한다는데 남자 때문에 그렇게 울거나, 밥을 굶거나 매달려본 적은 없다. 어차피 인연이 아니니까 헤어진 거라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물론 며칠은 생각이 나는데 그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 상처 받기 싫어서 벽을 쌓는 스타일에 가깝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친 듯이 사랑해본 적이 없는 거겠지.

 

표현의 차이인 것 같다. 꼭 모든 걸 오픈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지 않는가. 한 번쯤 그런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미친 듯이 해보고 싶은데 성격상 그게 잘 안 된다.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앞선다.

 

올해로 서른한 살이다. 20대의 조윤희는 어떤 여자였나. 20대 초반에는 안 풀리면 다시 도전했다. 그런데 중반이 넘어가고 서른이 가까워 오니까 불안했다. 서른 살까지 연기자로서 이룬 게 없다면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만두면 뭐하려고 했나. 대책도 없었다(웃음). 그냥 연기 생활 10년 동안 남는 게 없다면 정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서른 살이 됐고 흐지부지하게 연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예전엔 서른 살 하면 어른 같고, 먼 미래 같았는데 막상 되고 나니 똑같다. 조금씩 천천히 나다운 걸 찾는 나이라고나 할까.

 

20대 시절의 조윤희가 지금의 모습과 다른 점이 있다면. 20대 때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어린아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예를 들어 선물을 사러가는 것도 혼자 못 갔지만 지금은 마트도 혼자 갈 수 있다. 얼마 전엔 경기도 광주에 강아지 구조하러 내비게이션 찍고 혼자 운전해서 다녀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보다는 아이에 가까웠다. 스물아홉 때인가 문득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이상했다. 스물아홉과 서른 살 때 얼굴은 확실히 다르다. 주변에서도 스물아홉 넘어가니까 이제야 ‘여자’ 같다고 하더라.

 

세월이 흐른 뒤 조윤희는 어떤 여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멋진 배우, 그리고 따뜻한 사람. 먼저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드리 헵번 같은 삶을 꿈꾸나. 아, 감히 비교할 순 없다.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도 돕고, 동물도 돕고, 좋은 일이라면 다하고 싶다. 하지만 억지로 돕는 척은 하기 싫다. 진심이 닿는 곳으로 움직일 거다. 뭘 하든 나 혼자 잘 먹고 잘살 마음은 없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 종교가 있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 종교엔 관심이 없다. 내가 왜 동물 보호나 봉사에 꽂혔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연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술을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밖으로 도는 타입도 아니니까. 하는 거라곤 강아지랑 노는 일 정도였다. 우연한 기회에 유기견을 돕다가 보람을 많이 느꼈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동물과 있을 때만큼은 행복하다. 내가 도움을 주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내 상처가 치유됐다.

 

조윤희란 여자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나. 감동받았다. 아직 멀었다(웃음). 오드리 헵번처럼 되려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11년이나 지켜온 여배우, 조윤희. 자신만의 속도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나왔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제야 조윤희를 주목한다. 무색, 무취, 무향에 가까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리지만 강하고, 차갑지만 따뜻하다. 이제야 그녀의 진면목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 뿐.

 

“따뜻한 여자로 기억되고 싶다. 억지로 착한 척 하고 싶진 않다.

진심이 닿는 곳으로 움직일 거다.”

 

 

 

 

다양한 실루엣으로 연출 가능한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와 레더 레깅스 모두 드민.

 

에디터 노승효(스타일링), 김로이스(인터뷰) 포토그래퍼 김현성

스타일리스트 선희정 헤어 황지희 메이크업 김청경

 

문의 왓아이원트 02-547-5925, 지니 킴 070-7435-5820, 퍼스트룩 온라인 숍 02-2107-6444, www.firstlook.co.kr/shop, ck 주얼리 02-3444-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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