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 LITTLE RED GIRL 김슬기

무엇을 기대했건 김슬기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욕을 할 때도, 성인 연기를 보여줄 때도, 그리고 비욘세로 분해서 춤을 출 때도 그녀는 시청자를 놀래켰다. 현실 속의 김슬기 역시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가슴속에 소녀를 감춘 채 섹시 걸로 변신한 스물세 살의 김슬기는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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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씨앗인 줄 알았다. tvN <SNL 코리아>(이하 <SNL>)에서 작지만 단단한 김슬기를 볼 때마다 그녀의 다음을 기대하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텔레토비 옷을 입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달콤한 목소리로 ‘너 때문에 잠이 깨’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드라마의 신 스틸러부터 연극 무대의 주인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것도, 심지어 스모키 화장을 하고 비욘세처럼 춤추는 것도 김슬기에게는 모두 현재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열매인지도 모른다. 지금 모습 그대로 더 크고 둥글게 여물어갈….

항상 궁금했어요. 목 건강은 괜찮은지.
다행스럽게도 튼튼한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한동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좀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은 대부분 마무리되었지만, 연극, 드라마, 영화, 광고 촬영에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SNL>까지 겹친 때가 있었거든요.

심지어 최근 공포 영화 <무서운 이야기 2>를 찍고 있다고 들었는데, 소리를 많이 지를 수밖에 없는 장르잖아요.
감독님이 제가 소리 지르는 걸 듣고 놀라시더라고요. 이렇게 세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니! 으하하하하. 사실 정말 힘든 건 목보다는 잠이었어요. 말로만 듣던 살인 스케줄을 직접 겪어보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매일 기도하면서 버텼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 속에서도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게 되네요.

체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적응하기 어려운 일정이었겠어요.
아무래도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환경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익숙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광고 촬영 같은 경우는 제 캐릭터에 맞는 애드리브를 요구하셨는데, 사실 저는 의외로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이라서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대사 외우랴, 재미있는 애드리브 고민하랴,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대본이나 연출을 잘 따르는 배우라는 건 <SNL>을 봐도 알겠어요. 소화하는 캐릭터도 많고 수비수, 공격수를 모두 해낸다는 건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다는 얘기기도 하니까요.
프로그램에 합류할 때 제 목표가 그거였어요. ‘최대한 다양함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자.’ 저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배우니까 웃기는 것보다는 우선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넓히는 거였거든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야한 역할 말고는 다 할 수 있겠다는 각오를 했죠. 그리고 무대에서는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극이 잘 살아나는 게 궁극의 목표기 때문에 대본을 최대한 믿고 거기에 맞추게 돼요.

그래도 각오한 것 이상으로 힘든 캐릭터를 만나기도 하잖아요.
웬만하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는 편인데, 이정희 의원을 연기할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이미 (정)명옥 언니가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그분을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가 혼란스러울 것도 같았고요. 그래서 아직도 그 장면을 연기하던 순간이 기억이 나요. 객석에서 반응이 올 때의 카타르시스 같은 거요! 으하하하.

그렇게 힘든 순간이 오면 누구와 상의하는 편인가요?
사실 현실의 저는 소심하고 정적인 사람이라서 고민도 혼자 끌어안는 편이에요. 감독님이 격려도 해주시지만, 계속 대본 읽고, 참고할 동영상 보고 혼자 극복하려고 해요. 그리고 아무리 자신이 없어도 생방송이니까 결국 해낼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네요.
그런 압박이 본의 아니게 저를 성장하게 하는 것 같아요. 오늘 화보 촬영도 평소에 전혀 입지 않는 과감한 스타일의 의상이라서 깜짝 놀랐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소화해야 하니까 어색해도 입고 촬영했는데 덕분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어요. 그런 거죠. 하하하하.

<SNL>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장진 감독이 하차한 것도 일종의 그런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본인을 발굴해준 담임 선생님 같은 분일 테니까요.
저뿐 아니라 <SNL> 크루 모두에게 그럴 거예요. 장진 감독님은 우리에게 선생님이 아니라 아빠 같은 존재죠. 그래서 이제 엄마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 균형이 잘 맞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계속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이고요.

심지어 대선 이후에 텔레토비 동산의 주인공이 아예 ‘또’가 되어버린 것도 부담스럽겠다 싶었어요.
텔레토비 동산뿐 아니라 <SNL> 전반에 제가 출연하는 코너가 너무 많아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물론 그 덕분에 제가 성장하고 사랑받고 있지만, 크게 봤을 때 누구라도 배우 한 명에게 편중되는 건 프로그램에 좋은 영향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모든 캐릭터가 균형 있게 골고루 인기를 얻는 게 최선의 결과잖아요. 그래서 최여진 씨가 나온 회에서는 좀 쉬어가는 의미로 제 분량이 많이 줄었어요.

스케줄이 워낙 빡빡했으니 여러모로 다행이었겠네요.
꼭 그렇지도 않은 게 이제는 <SNL>에 출연할 때는 오히려 쉬는 것 같아요. 생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무대에 오를 때는 물론 긴장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워낙 가족처럼 친밀하니까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거든요.

그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좀 생겼잖아요. 배우가 아닌 출연자들과 작업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같은 배우라고는 해도 각자 연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새롭게 만나면 배우는 지점이 생겨요. (김)민교 선배님의 눈빛 연기나 (김)원해 선배님이 대사하실 때의 디테일한 호흡 같은 건 눈여겨보는 부분이죠. 신동엽 선배님도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데 능청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상황을 넘기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그리고 (박)재범 오빠는 연기를 전혀 모르는데도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무대에서도 평소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는데, 그것도 능력이잖아요. 두루두루 잘 잡아내서 응용하려고 해요.

마치 ‘또’가 연기력을 모으는 과정 같은데, 그 결과물을 보여줄 다른 기회가 기다려질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정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 보여드리는 연기 대부분은 짧은 상황들이니까, 하나의 캐릭터를 꾸준하게 연기하고 싶은 시기가 된 것 같아요. 특히 로맨스 연기는 꼭 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로맨스의 모습이 있나 봐요?
뭐든, 사랑에 관한 게 가장 재미있잖아요. 원래 사람과 사랑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연기할 때도 사랑에 관한 표현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연애를 못하고 있으니까 연기로라도 좀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으하하하하.

연기 상황이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밝은 역할을 하면 감정의 평균치에서 좀 더 밝은 기분을 유지하게 돼요. 연기와 생활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편은 아니라서 괴롭고 슬픈 연기는 잠깐 몰입해도 길게 맡게 되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상황에 몰입하면 연기에 대한 모니터를 객관적으로 해줄 사람이 필요하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하는 연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저 자신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연습할 때도 제 연기를 찍어서 제가 직접 보고 고칠 점을 찾는 편이에요. 본인의 중심과 균형을 잘 지켜야겠군요. 잘하는 건 아닌데,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에요. 책을 읽거나 해서 마음을 정화하는 거죠. 힘들 때일수록 더더욱 바른 생활의 패턴을 잡으려고 하고요. 여유로울 때는 놀면서 TV도 보다가, 힘들어지면 세상의 것들을 절제하면서 더 건강하고 정제된 생활을 하려고 해요. 연기적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요즘 계획을 세운 건 김선아 선배님이나 공효진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심층 분석하는 거예요. 어릴 때 그분들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하고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니…’ 하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인정받는 배우라는 게 참 좋더라고요.

현실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가 봐요.
그런 것보다는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거겠죠. 하하하하하. 하지만 확실히 여자로서 어필하는 것보다는 사람으로서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아주 어릴 적부터 스스로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면서요. 자기 암시였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 성향이 긍정적인 데다가 운명론자거든요. 그래서 원하는 게 생기면 일단 이뤄진다고 믿고, 완성의 시기를 여유롭게 보는 편이에요. 그러면 대부분 생각한 시기보다 빨리 이뤄지더라고요. 거기서 오는 뿌듯함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되고요. 제가 초등학생 일 때는 춤추는 걸 좋아했고, 중학생일 때는 노래를 불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연기를 했는데, 그때 셋 다 포기하기 싫어서 막연히 떠오른 게 뮤지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까지 보여드릴 수 있는 방송을 하잖아요. 그리고 머지않은 시기에 뮤지컬에도 출연하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그렇다면 점점 구체적인 목표를 잡게 되는 시기일 것 같은데요.
에이. 그렇지는 않아요. 목표가 구체적이면 쉽게 실망하거든요.

하지만 배우로서 <SNL>의 이미지에 묶이지 않고 그 이상의 성취를 얻으려면 계획해야 할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 <SNL>을 통해 얻은 것이 많아요. 이름을 알린 것뿐 아니라 길에서 여학생들이 알아보고 “욕해줘요!”라고 하기에 “공부나 해 이것들아!” 하고 소릴 질렀는데 막 좋아하더라고요. 박명수 씨 말고, 특히 여자 연예인 중에 이렇게 편한 캐릭터가 어디 있겠어요. 하하하. 하지만 언제까지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잘하는 것만 하느냐, 불안하겠지만 모험을 통해 나를 시험해보느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서서히 모험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SNL>을 떠나는 것도 아직은 자신이 없어요. 무엇보다 정이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게요. 막내 여동생처럼 예쁨을 많이 받았을 텐데 말이죠.
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남동생이거든요. 아직도 제 인기를 이해하지 못하셔서 저를 보며 가끔 그러세요. ‘네가, 왜?’ 하하하하하.


컨트리뷰팅 에디터 윤희성(글)
포토그래퍼 유영규
문의 고엔제이 By 퍼스트룩마켓 02-2107-1200, 제인송 02-557-6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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